한 세기(世紀)와 동행하신 김경숙 공로권사님
금호교회의 믿음의 어머니시며 소망의 어머니시며 사랑의 어머니십니다.
매일 성경 필사 101세 권사님 “하나님이 이끄는 대로 살았을 뿐”[백세신앙] 하나님과 동행 한 세기 김경숙 공로권사입력 : 2020-02-17 00:01
김경숙 서울 금호교회(이화영 목사) 공로권사가 서울 성동구 동호로 자택에서 성경 필사를 위해 손때 묻은 성경을 폈다. 우리 나이로 올해 101세가 된 김 권사는 돋보기도 없이 예레미야 2장 1절을 읽으면서 볼펜을 쥐었다. 주름 가득한 손끝에 힘이 실렸다. 한 문장을 읽고는 그대로 옮겨 적었다. 기억력이 좋았다. 한 자씩 눌러 쓴 필체는 가지런했다. 흘려 쓴 글씨가 없었다. 김 권사가 필사를 시작한 건 76세가 되던 1995년이었다. 성경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다. 25년 동안 여섯 차례 필사를 마쳤다. 필사 속도는 빠르지 않다. 묵상과 필사를 함께해서다. 요즘도 하루 한 장꼴로 필사를 한다. “성경을 필사하면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와요. 쓰는 동안 복잡한 세상 생각도 나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머리도 맑아지더라고요. 무엇보다 기억력이 쇠퇴하지 않아 좋습니다. 일과가 됐죠.” 김 권사가 지난 13일 큰 목소리로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몇 년 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졌다. 달리 아픈 곳은 없다. 2013년 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을 다친 적이 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새벽기도 가다 다쳤어요. 남들이 예수님 흉볼까 봐 이를 악물고 재활했어요. 두 달 반 만에 걸어서 손자 결혼식에 참석했었죠. 그때 의사가 혀를 내둘렀어요. 너무 빨리 회복해 믿기지 않는다고 말이죠.” 김 권사의 건강 비결은 식습관에 있다고 했다. “고기와 생선을 좋아해요. 잘 먹지만, 많이 먹지는 않아요. 정해진 시간에 소식하는 게, 굳이 말하자면 건강 비결이네요.” 지난 9일에는 교인들 앞에서 간증도 했다. 성경 필사를 하면서 받은 은혜를 전했다. “역대상을 필사하고 묵상하면서 큰 은혜를 받았어요. 역대상 1장부터 선택받은 민족의 족보가 나옵니다. 그 부분을 쓰면서 마음에 와닿는 게 있었어요. 하나님이 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한 것처럼 우리 이름도 기억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었죠. ‘내가 무엇이든 간절히 구하면 다 이뤄 주시겠구나’ 생각하니 기쁨이 찾아왔어요. 교우들도 이런 기분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권사의 신앙 가문은 조부모에서 시작해 6대째 이어지고 있다. 1920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그곳 양시교회에 출석하던 김 권사는 광복 후 남쪽으로 내려왔다. 4남2녀를 둔 김 권사는 7명의 손주를 뒀다. 증손주는 16명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자녀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며 기도한다. 차남 김원호 서울 영락교회 은퇴장로는 “어머니는 모든 가족의 이름을 한 명도 빠트리지 않고 순서대로 축복기도를 해 주신다”면서 “어머니 덕분에 자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생활을 잘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가족을 위한 기도만 하는 건 아니다. 아침마다 신문을 정독하는 김 권사는 “요즘 정치가 몹시 혼란스러운 것 같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걱정”이라며 “손에 잡힐 것 같은 통일이 또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권사의 기도제목 중에는 정치 안정과 남북통일이 빠지지 않는다. 요즘엔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그래도 기도하면 들어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믿고 기도하면 되는데. 우리가 혼자 살 수 없거든. 100살이 되고 보니 그동안 딱히 계획한 것도 없었고 할 일을 미리 정하지도 못했더라고요.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 살았을 뿐이지. 그래서 남북통일도, 못 미더운 정치도 모두 하나님의 뜻에 따라 좋은 길로 가게 될 걸 믿고 있어요.” 김 권사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묻자 곧바로 시편 121편 3~7절을 암송했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모든 걸 주님께 의지했던 김 권사의 삶이 녹아있는 성구였다. 김 권사에겐 아흔 넘어 생긴 취미가 하나 있다. 틈만 나면 스도쿠를 즐긴다. 스도쿠는 두뇌 회전에 도움을 주는 숫자 맞히기 퍼즐게임이다. 삼남 김원건 금호교회 은퇴장로는 “7~8년 전 어머니께 스도쿠를 소개했는데 재미있으셨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하신다”며 “나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못 따라가겠다”고 했다. 백세인생을 사는 김 권사에게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을 부탁했다. “요즘 보니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있더군요. 교회 다니다 안 다니는 이들을 일컫는 말인데, 젊은이 중에 가나안 성도가 많다네요. 하나님이 그들을 향해 ‘오라’고 말씀하신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세상에 빠진 젊은이들, 어서 주님 품으로 돌아오세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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