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 ● 글. 최재효 고향은 이미 고향이 아니었다 낯선이들의 낯선 행위만 있고 보고싶은 모든것은 간데가 없다 문전옥답은 있는 자들의 욕심에 희생되어 러브호텔과 아파트가 당당하게 웃고 서있고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연어가 되어 돌아 온 나를 반기는 것은 노랑색 프랑카드 였다 '아파트 30평형빌라, 잔여세대 분양, 즉시 입주가능' 나의 동화가 묻혀있는 청마루 에는 거대한 레미콘공장이 정복자 처럼 버티고 있고 내 첫사랑이 익던 평장께와 복거리는 휘황찬란한 네온불빛에 점령되 행인을 유혹하며 역한 밤꽃냄새만 굴러다녔다 나의 잔뼈가 자란 개울가에는 미꾸라지와 붕어가 종적을 감추었고 베르실 들녁에는 옛 친구가 방문하여도 마중 나온 참새가 없고 한창 살이 오른 메뚜기들만 불청객의 방문을 경계하며 몸을 숨기고 있다 동무들은 제 살길 찾아 뿔뿔이 흩어져 소식이 없고, 청마루 한쪽 공동묘지에는 돈 벌러 도시로 떠났던 똑똑한 마을사람들이 죽엄으로 돌아와 황량한 고향을 지키고 있다 고향에는 정겨운 개짖는 소리와 닭우는 소리가 전설이 되어있었다 고향의 가면을 벗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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